과거와 현재의 앙상블,소박함에 빠지다
![]() 근대와 현대의 건축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일민미술관 전경. 색이 바랜 노란색 타일은 80년의 세월을, 유리로 구성된 벽은 21세기의 첨단을 말해주는 듯하다. 김미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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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으로 뻗은 16차로 도로와 양 옆에 빽빽이 들어선 건물들. 회사원들의 회색빛 얼굴처럼, 평일 출근길 세종로는 삭막한 오피스가(街)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하지만 주말에 여유를 갖고 20분만 찬찬히 걸어 보면,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세종로의 예술과 멋에 흠뻑 빠질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세종로의 문화공간으로 오감체험을 나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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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체험…일민미술관 ‘야나기 무네요시 특별 기획전’
현대적인 빌딩과 달리 고풍스러운 외관을 가진 일민미술관. 근대 건축 양식을 간직한 이곳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일민미술관에서는 ‘문화적 기억-야나기 무네요시가 발견한 조선 그리고 일본’ 특별 기획전이 내년 1월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품들은 일본의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가 수집한 한일 양국의 민예품 200여 점과 영상 사진 등 다큐멘터리 자료 60여 점이다.
전시품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하고 귀족적인 문화재와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소박하지만 생활 속의 아름다움을 머금은 민예품 만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원형의 전통 도자기와 달리, 모서리마다 각을 세운 조선시대 석조물주전자는 개성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미적 감각에도 어울린다. 간결한 동양미가 돋보이는 놋쇠 촉대는 밝기를 조절하는 단이 있어 실용성을 고려한 선인들의 생활 과학을 엿볼 수 있다.
장식품인지, 생활용품인지 헛갈릴 정도로 작고 귀여운 뒤주와 ‘벼루는 까맣다’는 편견을 버리게 만드는 순백의 백자 벼루도 독특하다. 조선백자를 닮은 일본의 근현대 다완과 자기를 함께 보면서 양국 공예품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본의 생활상이 담긴 민화와 서구 회화의 영향을 받은 에도시대 말기의 수채화도 이채롭다.
방학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문화나들이를 계획한다면, 민예품의 전통미와 조상의 지혜를 만날 수 있는 ‘야나기’전을 거쳐 옆 건물인 동아미디어센터 3층 ‘신문박물관’에 들러보는 것이 안성맞춤 코스. 신문박물관에선 세계 각국의 신문과 신문 제작의 역사를 살펴보며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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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각체험…세종문화회관-KT ‘T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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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세종문화회관과 KT 광화문지사의 복합문화공간 T샘(사진). 두 곳에선 연말을 맞아 크고 작은 공연이 진행된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25일까지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 무대에 오르며 27일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 IV’를 연주한다.
1월에는 소프라노 신영옥의 신년콘서트(8일)가 열리며, 공연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입장료를 1000원에 맞춰 준비한 ‘문화충전 천원의 행복’(15일) 등도 관객을 기다린다. T샘에서는 뉴에이지 벨리댄스 록밴드처럼 자유로운 장르의 공연을 볼 수 있다. 퓨전 국악 앙상블 ‘예인’(26일), 색소폰 연주자 원인덕의 공연(28일)이 준비돼 있다. 무료.
● 촉각체험…오색불빛사이 정-사랑 ‘새록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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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밤은 화려하고 낭만적이다. 특히 가로수에 열매처럼 매달린 전구와 건물을 장식한 조명의 은은한 불빛 아래서 가족들의 손을 살며시 잡아보자.
연인들이라면 세종로 문화공간을 둘러보면서 느꼈던 예술적 감흥을 둘 만의 속삭임으로 정리하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 미·후각체험…카페 이마 ‘예향+별미 와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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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연을 관람한 데 이어, 문화 공간 내부의 레스토랑과 커피숍에서 예술적인 향기와 맛에 탐닉해 보자. 일민미술관 1층의 ‘카페 이마’(imA)는 청계천에서 만남의 명소로 손꼽힌다.
따뜻하고 고소한 와플 빵과 그 위에 얹은 차갑고 달콤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기 메뉴. 푸짐한 커피와 산뜻한 샌드위치도 먹음직스럽다. 이곳의 실내 장식이 일민미술관의 전시 주제에 따라 매번 바뀌는 것도 흥미롭다.
세종문화회관에 있는 벨라지오는 이탈리아식 화덕 피자와 참나무 향이 밴 꽃등심 스테이크가 대표 메뉴. 점심 시간에는 메인요리를 포함한 이탈리안 런치 샐러드뷔페도 운영한다. T샘의 T라운지는 1층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와 음료를 판매하며 2층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케이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