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생선초밥

2006. 9. 2. 12:41카테고리 없음

거리로 나온 생선초밥… 매일밤 먹어주마!
[조선일보   2006-09-07 09: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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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포장마차 ‘초밥차’를 아시나요
이제부턴 길을 걷다 출출하면 붕어빵 대신 생선초밥을 사 먹자? 생선초밥이 길거리로 나섰다.
작년 말부터 소형 트럭을 개조한 초밥 포장마차, 이른바 ‘초밥차’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트럭형 떡볶이집이나 마찬가지다.
초밥차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 10개 한 접시에 겨우 3500원 정도다.
고급 일본음식점은 물론 비교적 저렴하다는 회전초밥집보다도 훨씬 싸다.
쉽게 먹을 수 있고, 포장해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물론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 나올만한, 먹고 쓰러질만큼 기막힌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평소 생선회나 초밥을 맛보기 힘든 서민들에게는 가격 대비 만족도에서 꽤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낙성대역 ‘스시 슈쿠사이’
지하철 낙성대역 1번 출구를 나와 사당동 방향으로 150m 정도 걸으면 길가에 세워진 트럭이 보인다. ‘壽司’(스시)라고 써진, 동그랗고 빨간 일본풍 등(燈)이 트럭 양끝에 걸려있다. 트럭 위에서는 남자 두 명이 쉴 새 없이 밥을 쥐고 생선살을 얹어 초밥을 만든다. 트럭 앞쪽은 초밥을 먹는 손님들로 복잡하다. 초밥을 포장해가는 손님도 많다. 서서 먹는 손님은 20대가 많고, 포장해가는 손님은 30대 이상이 많아 보인다.
‘모듬초밥’(3500원)을 시켰다. 고슬고슬한 밥에 배합초가 잘 섞여있다. 농어, 도미, 연어, 눈다랑어, 새우, 오징어 등 밥에 얹은 생선과 해산물도 싱싱한 편이었다. 얹는 재료는 그때그때 바뀐다.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어린 손님들은 소스(아보카도, 장어, 달걀, 나초치즈, 딸기 등)와 토핑(통깨, 날치알, 아몬드 가루, 치즈가루, 가츠오부시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소스 1가지와 토핑 3가지를 더하면 500원이 추가된다. 나이 든 손님들은 “느끼하다”며 소스와 토핑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니우동’(1000원)과 초밥 5개가 나오는 ‘초우세트’(2500원)도 많이들 찾는다. 날치알, 아보카도, 새우, 등을 밥과 함께 김에 얹어 원뿔 모양을 말은 ‘마끼’(일본식 김밥)는 2개 1000원. 참치샐러드, 게맛살, 날치알을 넣은 마끼가 가장 인기다.
스시 슈쿠사이(‘축제’라는 뜻)는 일식당에서 10여년간 경력을 쌓은 신광선씨가 사장이다. 신씨는 “한국에 초밥차를 처음 소개했다”고 자부했다. 작년 11월 이곳 낙성대역 초밥차로 시작, 지금은 서울대입구·신림사거리·마포·성수동·경기도 광명·대구 등 11개 지점을 둔 ‘프렌차이즈’로 성장했다.
 
성남 세이브존·은행시장 ‘싱싱웰빙초밥’
10여 년간 일식당에서 근무한 선·후배 조기환(35)·박춘일(32)씨가 지난 3월 오픈, 성남 지역에서 꽤 인기를 얻고 있다. 성남 세이브존 옆에서 오후 7시부터 영업하다가, 11시쯤 은행시장 사거리로 이동해 새벽 1시(또는 재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판다. 스시 슈쿠사이와 마찬가지로 초밥은 손으로 직접 쥔다. 배합초가 약하지만 아주 싱겁지는 않다. 광어, 도미, 농어, 새우 등 생선은 신선하다. 종류는 그때그때 바뀐다.
초밥 7개가 나오는 ‘7피스’가 3000원, 10개 나오는 ‘10피스’는 4000원이다. 같은 생선이라도 더 맛있는 뱃살쪽을 사용하는 ‘특초밥’은 5000원이다. ‘캘리포니아롤’(4000원)도 인기다.
날치알, 참치, 김치 등이 들어가는 ‘마끼’는 1개 500원이다. ‘사누끼우동’(2500원)을 초밥과 함께 시켜 나눠먹는 커플이 많다.
 
신림동 우림시장 ‘싱싱초밥’
서울 관악구 신림3동 우림시장 어귀에 ‘싱싱초밥’이 있다. 달동네에서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한 난곡지구로 올라가는 길목이다. 사장 이희웅씨는 “90% 이상이 테이크아웃 손님”이라며 “퇴근하다 들러서 사가는 가장들이 많다”고 했다. 가족이 함께 먹기 때문인지 ‘모듬초밥’이 1세트(3500원)보다 3세트(1만원)씩 팔리는 경우가 많다. 농어, 참치, 크래미, 한치, 새조개 등 재료는 그때그때 바뀐다.
밥을 손으로 쥐지 않고 ‘초밥성형기’란 기계를 쓴다. 주문이 들어오면 스위치를 켠다. 초밥용으로 딱 알맞은 크기의 밥 덩어리가 기계에서 찍혀 나온다. 일식당 경험이 없는 사람도 쉽게 초밥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겠지만, 밥이 충분히 뭉쳐지지 않아 간장을 찍기라도 하면 바스러진다. 배합초가 부족해 밥이 조금 싱거웠다. 생선은 싱싱하다.
신선한 활어회도 밖으로 나왔다
 
초밥차만 있나? 활어회차도 있다. ‘바다를 그대 품안에’는 ‘이동 회센터’다. 1t쯤 되는 소형 트럭에 수조를 얹었다. 여기 광어, 우럭 등 활어를 싣고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오면 차를 세우고 회를 떠서 판다. 차가 흔들려도 깨지지 않도록 아크릴로 만든 T자형 수조는 특허까지 받았다고 한다. 냉각기, 자외선 칼 소독기, 발전기, 냉각기까지 갖췄다. 사장 조성우씨는 “하루 소비할 만큼만 생선을 실어 날라 신선도에 자신있다”고 주장했다. ‘모듬회’ 3만원, ‘광어’ 소(1인분) 8000원, 대(2~3인분) 1만원. ‘우럭’, ‘전복’, ‘해삼’은 1만5000원. 10개 한 접시 6000원인 ‘초밥’은 활어를 써서 그런지 밥과 따로 노는 느낌이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주로 서울 마포역 2번 출구를 나와 한화오벨리스크 뒤로 돌아가면 놀이터 건너편 공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