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3. 13:32ㆍ카테고리 없음
하루 평균 320쌍의 부부가 이혼한다는 요즘. '부부의 날'인 지난달 21일, 30년 째 큰 아픔속에서도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장애인 부부 한 쌍을 만났다.
◈ 결혼 30주년 맞은 시한부 남편과 1급 지체장애 아내
남편 김종구 (61)씨와 아내 이청자(60)씨 부부. 두 사람의 보금자리는 월세 10만원짜리 허름한 단칸방.여름이면 통풍이, 겨울이면 외풍이 몰아치는 방이다.
김씨 부부는 30년 전 1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부모님과 일찍 결별한 뒤 가족이 없던 김씨는 아내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뒤, 구애의 편지를 계속 보내며 사랑을 키워갔다.
아내 이씨는 8살부터 장애를 앓아 출입을 생각하지 못할 불편한 하체를 가지고 있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끊임없는 수술과 노력 끝에 교정기를 뺐지만, 휠체어나 남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남편 김 씨는 결혼할 당시 건장한 체격을 가진 청년이었다. 주변에서 장애를 가진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두고 재산을 노린다느니, 남자구실을 제대로 못한다느니 하는 오해를 샀다.
하지만, 결혼 후 김 씨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12년 전, 갑자기 난치성 천식을 앓게 된 것.
체중이 138kg까지 급격히 불었고, 앞도 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다. 병원에서 내쫓기기를 수차례.
결국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최장기간을 채우고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 퇴원을 권유 받았다. 그렇게 입원과 퇴원을 5년간 반복하다보니 몸은 급속도로 쇠약해졌고 지금은 하루 20알 이상의 약에 의지하며 살고 있다.
현재 남편 김씨는 호흡기 2급 난치성 천식 장애인이다.
끊이지 않는 기침과 언제 엄습할지 모르는 죽음 앞에 잠자는 것도 편하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지만, 이루지 못한 한 가지 소원 때문에 편하게 눈을 감을 수도 없다.
◈ "먼저간 아들 태윤이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결혼 후 힘들게 갖게 된 아들이 지난해 1월 1일 급작스런 뇌출혈로 사망했다. 사망당시 혈압이 220. 건강하고 성실하다고만 생각했던 아들의 죽음은 믿기지 않았다. 장애를 가진 부모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던 아들.이제 두 부부의 목표는, 결혼을 하지 못한 아들을 위해 영혼 결혼식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생활은 궁핍하다. 한 달 평균 70~80만원의 약값과 10만원의 월세 그리고 공과금과 생활비.매달 정부에서 60~70만원정도 지원을 받고 있지만, 갈수록 빚만 더해간다.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도로가 나 철거되기 때문에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그렇지만 김씨 부부는 항상 밝고 긍정적이다. 힘들지만, 그래도 서로가 있어 힘이 된단다.
“단 한번도 귀찮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남편 김씨)
“
화장실이 밖에 있어 안에서 일을 볼 수 밖에 없는데 남편이 치워준다. 손 발이 되어주겠다던 30년 전 약속을 지금도 지켜주고 있다” (아내 이씨)
부부는 “상대한테 맞추려고 노력하면 된다. 그러면 싸울 일도 없고, 당연히 나밖에 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두 부부의 소망은 무엇일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의 영혼결혼식을 치러주고, 지금까지 우리 부부를 지켜봐주고 사랑해준 분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이라도 대접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